소식
YWCA ESG 시민리더 5차시

S의 모든 것 (1):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위하여
정예지 교수(유한대학교)
지난 시간에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ESG의 첫 번째 기둥, E(환경)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파괴되어 가는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우리의 사명을 확인했다면, 이제 우리는 ESG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S(Social, 사회)**로 시선을 옮겨야 합니다. S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지난 100년간 YWCA가 추구해 온 정의, 평화, 생명 운동의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YWCA는 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ESG의 S는 바로 그 활동의 연장선이자, 현시대의 언어로 재구성된 우리의 사명입니다.
다름을 넘어 함께, DEI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ESG의 S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DEI라는 개념을 아는 것입니다. DEI는 조직과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D (Diversity, 다양성): 우리 사회와 조직이 인종, 국적, 성별, 연령, 장애, 종교 등 얼마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의미합니다. YWCA는 일찍부터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E (Equity, 형평성): ‘평등(Equality)’과 혼동하기 쉽지만,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평등이 모두에게 똑같은 상자를 나눠주는 것이라면, 형평성은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더 높은 상자를 주어 모두가 담장 너머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각자의 다른 출발선과 상황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I (Inclusion, 포용성): 다양한 사람들이 단순히 섞여 있는 것을 넘어, 그들의 차이가 존중받고 모두가 조직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DEI는 단순히 ‘착한’ 가치가 아닙니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인종 및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재무적 성과가 뛰어날 확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다양한 관점이 모일 때 더 나은 의사결정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다양한 회원들의 참여로 움직이는 YWCA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 노동 존중의 사회
ESG의 S는 조직 내부 구성원, 즉 노동자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하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헌법 제32조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로조건 법정주의’라고 합니다.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자신을 불살랐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절규는,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시대의 아픔을 상징합니다. 그의 희생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모든 노동자의 존엄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ESG 시대에 노동 인권은 더 이상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라, 모든 조직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입니다. 정당한 임금, 합리적인 근로시간,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S 평가의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며, 이는 YWCA가 오랫동안 외쳐온 ‘정의’의 가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죽음의 일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자의 존엄성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생명과 안전의 권리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가 모여 만들어진 법이 바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의 핵심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 책임자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기업과 조직 문화의 중심을 ‘이윤’이 아닌 ‘사람의 생명’으로 옮기라는 강력한 사회적 명령입니다. 법적 제도화를 넘어, 모든 일터에 ‘안전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감시하고 촉구하는 것 역시 YWCA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입니다.
ESG의 S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비추는 렌즈와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배경에 상관없이 존중받고(DEI), 일터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노동 인권), 안전하게 일할 권리(산업 안전)를 보장하는 사회. 이것이 바로 YWCA가 ESG 시대를 통해 만들어가야 할 세상의 모습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ESG의 S가 우리 조직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 공급망, 그리고 소비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