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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CA ESG 시민리더 2차시

정예지 교수(유한대학교)
지난 글에서는 ESG라는 새로운 시대의 기준과, 이를 위해 기업이 ‘효율성’을 넘어 ‘효과성’을, ‘주주’를 넘어 ‘이해관계자’를 바라봐야 함을 이야기했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거대한 전환의 시대, 이는 비단 영리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의, 평화,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온 YWCA 역시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조직은 어떻게 스스로를 혁신하고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 열쇠는 바로 ‘끊임없이 배우는 능력(조직 학습)’, 동시에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폐기 학습)’에 있습니다.
1. 우리 안의 잠자는 자본을 깨우는 힘, ‘조직 학습’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이란, 특정 조직이 가치 있는 지식을 습득, 공유, 활용하고 보관하는 일련의 과정 및 역량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을 넘어, 조직 전체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자산, 바로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을 축적하게 됩니다.
지적 자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YWCA의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인적 자본 (Human Capital):
YWCA의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실무자, 후원자, 회원 한 분 한 분이 가진 지식, 경험,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바꾸려는 뜨거운 열정 그 자체가 YWCA의 인적 자본인 것이죠.
구조적 자본 (Structural Capital):
YWCA가 100년간 쌓아온 활동의 노하우, 시스템, 매뉴얼, 그리고 YWCA라는 이름이 갖는 신뢰와 같은 무형의 자산입니다. 회의 방식, 의사결정 구조, 소통 채널이 새로운 지식이 원활하게 공유되고 다음 세대로 잘 전수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면, 그리고 저의 글 역시 YWCA의 홈페이지에 잘 실려 있다면 이 역시 구조적 자본이구요.
관계적 자본 (Relational Capital):
지역사회, 다른 시민단체, 정부, 언론 등 YWCA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의 총합입니다. 특히 ESG의 S(사회) 관점에서 볼 때, YWCA가 가진 이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신뢰는 그 어떤 기업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자산입니다.
조직 학습이란, 이 세 가지 지적 자본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시너지를 내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활동 방향에 더 잘 반영되고, 한 지역의 성공적인 캠페인 사례가 전국적으로 공유되며, 우리의 활동이 더 많은 사회적 지지와 연결될 때 YWCA의 ESG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2. 과거의 영광과 결별할 용기, ‘폐기 학습’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폐기 학습(Unlearning)’입니다. 폐기 학습이란 혁신을 위해 더 이상 쓸모없어진 과거의 방식이나 생각과 단절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의미합니다.
오랜 역사와 성공의 경험을 가진 조직일수록 ‘성공의 함정(trap of success)’에 빠지기 쉽습니다. 과거에 큰 성공을 가져다준 방식이 마치 절대적인 공식처럼 굳어져,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원래 그렇게 해왔으니까”라는 관성이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활동 방식과 언어는, 지금의 청년 세대와 지역사회에 여전히 효과적으로 가닿고 있는가?
ESG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폐기’해야 할 낡은 관념이나 비효율적인 관행은 무엇인가?
성 평등, 기후 위기,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YWCA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익숙함과 결별하고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가?
폐기 학습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소중한 가치를 제대로 계승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히기 위한 용기 있는 자기 성찰의 과정입니다.
YWCA, ESG 시대를 이끄는 ‘학습하는 조직’으로
ESG 시대는 모든 조직에게 끊임없는 학습과 성찰을 요구합니다. 특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명을 가진 YWCA에게 ‘학습하는 조직’이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풍부한 지적 자본을 발견하고 공유하며(조직 학습),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낡은 관성을 과감히 버릴 때(폐기 학습), YWCA는 ESG 시대를 이끄는 가장 신뢰받는 시민 리더의 조직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