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24 월간와이북클럽 올해의 책 선정 안내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보낸 소중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올해의 책 선정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긴 고민과 토론 끝에 2024년 올해의 책으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들께도 새로운 통찰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함께 좋은 책을 나누며 성장하는 독서클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의 책 추천사
문학 안에서 인간은 자유롭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아주 상세하고 내밀하게 그려내지만, 동시에 그가 어떻게 그리고 무엇으로 있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존재를 비가시화시킨다. 따라서, 문학 안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획일화되거나 타자화되지 않으며, 다양한 이해가 공존할 수 있어 유동적이고 자유롭다. 이러한, 문학의 가능성은 문학의 광활함을 이룬다.
그렇다면, 문학을 통해 여성의 서사의 바라볼 때, 우리는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문학 안에서 여성은 단일한 존재로 고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여성에게 통용되는 담론 외부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상징적 구조로부터 해방되어 ‘여성’이 표상하는 것들 바깥에 잠재된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설 『소네치카』는 광활하고 자유롭다. 그녀의 소설 안에서 ‘여성’은 고정되지 않으며 흐른다.
“소네치카는 유아기를 갓 벗어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독서광이었다.”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변해버렸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은 쉴새없는 독서의 모호한 상태에 머물러 있던 소네치카를 끄집어낸 젊은 시절의 첫 사건이었을 것이다.”
“수천 권의 책더미에 고치처럼 둘러싸여 그리스 신화의 자욱한 웅얼거림, 최면을 걸듯 날카로운 중세의 피리 소리, 안개에 싸인 듯 바람에 흩날리는 입센의 우수, 발자크의 상세하고 지루한 설명, 단테의 별의 음악, 릴케와 노발리스가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사이렌의 노래.”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옛날 장교식으로 짧게 자른 머리를 아래로 내던지듯 숙이며 격렬하게 인사하고는 출구 쪽으로 갔다. 그때 소네치카가 그의 등뒤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거기 서세요! 아녜요! 아녜요! 저 결혼 안 했어요! 열람실에 앉아 철해놓은 신문 묶음을 보던 한 노인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물렀거라! 가말리엘부터 마르크스까지 모든 권위들은 물렀거라…… 당신들의 그 과장된 고리키, 죽을 만치 놀란 예렌부르크도…… 역시 과장된 아폴리네르도…… 러시아문학은 이제 그들의 대화 주제가 되지 않았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혼자 일을 하고 있었다.
소냐는 앞에 있는 다 부서져가는 의자에 앉았다. 남편은 말없이 반대편에 앉았다. 소냐는 하얗게 빛나는 하얀 눈을 가진 여자의 그림들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 누가 진짜 눈의 여왕인지 깨닫게 되었다.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도 아내가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냐는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앉아 있다가 책상에 그 슬픈 소식이 담긴 서류를 놓고는 공방을 나왔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 中)
소피야 이오시포브나, 애칭 소네치카의 세계는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톨스토이, 도스트옙스키, 고리키, 때로는 투르게네프 그리고 레스코프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언가를 통제하려 들지도, 관계에 얽매이지도, 어딘가에 소속되지도 않는다. 그녀의 삶에는 정해진 길이 없으며, 모든 것이 창조적이다. 이러한, 소네치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 로베르트 빅토르비치와의 결혼을 선택하게 되고, 그녀의 삶은 문학을 떠나 곧바로 생활세계에 접합된다. 그러나, 소네치카에게 이전과 달라진 환경은 족쇄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 곁에 머무르는 새로운 존재들을 통해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신과 사랑과 생명의 아름다움에 끝없이 고취된다.
소네치카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저녁이 되면 그녀는 배를 닮은 코에 가벼운 스위스제 안경을 걸치고 달콤한 심연, 어두운 가로숫길, 봄의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든다.”
그녀의 주변에서 생동하고 펼쳐졌던 모든 것들은 서서히 조각나며 쇠퇴하게 되고, 그녀는 다시 홀로 남아 문학의 세계로 돌아간다. 쇠퇴는 창조에 반하며 소네치카의 삶을 단조롭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에게 쇠퇴는 상실이나 소외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소네치카는 자유로우며, 조용한 열정으로 가득 찬 그녀의 세계는 새로운 가능성을 빛낸다.
이렇게, 소네치카의 이야기는 특정한 역할이나 정체성에 고정되지 않으며, 자신의 삶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자유를 펼쳐내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로써, 여성의 존재를 유동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삶을 창조적으로 대하는 소네치카의 태도는, 우리 시대에 너무나도 익숙한, 도구적 이성으로 무장하고 단일한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오디세우스적 인간상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